
오랜만에 영화를 한 편 보게 되었습니다.
이래저래 주변에서 풍문은 많이 듣고 있던 킹덤 오브 헤븐. 이죠.
사실 이 영화도 멍~~하게 있다 그냥 놓칠 운명의 영화였는데
친구 덕분에 보게 되었습니다.
영원한 엘프 꽃돌이 올랜도 블룸의 주연, 거기에 리들리 스캇의 감독.
게다가 소재는 십자군.
어떤 영화가 나왔을까요?
사실 이 킹덤 오브 헤븐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럭저럭 들려오는 평이라곤 트로이+아서왕이라느니 다큐멘타리라느니
뭔가 안좋은 평만 잔뜩 들려왔었습지요. --;
게다가 주역인 올랜도 블룸에 대해서도... 트로이에서의 그 비참한
연기가 너무나 인상깊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그닥 기대를 하는
쪽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본 후의 소감은 "꽤 괜찮잖아?" 로 바뀌었습니다.
영화가 지루했다.. 라거나 재미없어 라는 기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리들리 스캇한테서 피터 잭슨의 로드 오브 더 링스를
기대한 듯한 느낌입니다.
오락중심의 대규모 전투가 마구마구 속출하는 변화무쌍한
다채로운 액션이 난무하는 그런 영화를 말이죠.

하지만 전 보면서 리들리 스캇을 많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절제된 앵글, 차분하면서 가라앉은 화면과 색채.
거대한 대규모의 전쟁에서 조차도 절대 오버하지 않는 연출.
그러면서도 전해야 할 이야기에 대해선 놓치지 않는.
그런것이 바로 리들리 스캇의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게다가 리들리 영화의 특징인 고증 역시 영화에서 빛을 발하죠.
사용하는 무기, 갑옷, 창, 공성병기들을 보면 과연! 이라고 무릎을 치게 되죠.
배우들의 몸에 걸쳐져 있는 체인메일들이나 휘장, 망토들을 보면
중세 유럽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문제는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들이 캐릭터..랄까요.
일단 올랜도 블룸은 확실히 엘프 꽃돌이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입니다.
조역에서 주연으로의 감을 확실히 잡았다...라는 느낌이 확 들더군요.
이야기의 가운데 서는 법을 터득한 듯 싶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야기의 조역들이 확실히 그를 받쳐주지 못한다는
기분이 너무 심하게 들더군요.
대표적으로 기 드 루지용과 레이놀드인데...
확실하게 라이벌이나 야망에 넘치는 악역을 연기해줘야 할 기 드 루지용은
마누라 휘광을 믿고 기본적인 전략도 이해하지 못한 채 자멸하는
역할을 너무 충실히 수행하고 있고.. 그런 기의 보좌라고 할 수 있는
레이놀드도 피에 굶주린 살인광이나 광신자의 모습을 확실히 하지도 못한 채
"나는 이래야지.. 악역도 필요한 법이니까." 라는 뜬금없는 대사로 자신의
색을 더욱 흐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싶지요.
나머지 캐릭터들은.. 글쎄요 딱 까놓고 말해서 평범함 캐릭터입니다.
처음엔 권위에 넘치는 외로운 공주님이 나중엔 사랑을 찾아 권력도
지위도 버리고 기사님을 따라나선다.. 라거나..
주인공 자체도 흔한 이야기속의 기사님이죠.
진실한 사랑에서 태어난 아기는 아버지도 모른채 평민으로 자라나다
아버지의 유지를 받고 훌륭한 기사님이 되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평범함이 이야기에 잘 녹아들어간 듯 싶습니다.
어차피 사자왕과 살라딘의 우정이야 유명한 이야기이니까요.
무언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전쟁영화라기 보다는 주인공의 삶에
초점을 맞춘 전쟁 다큐라는 느낌이 좀 강하게 들지만..
오랜만에 리들리 스캇의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는 영화여서
전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

"세상 전체를 얻는다한들 영혼을 잃는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덧글
애초에 감독판처럼 3시간짜리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3시간이라.. 지르자면 지르지 못할 것도 아닌 분량인데 아쉽네요,
감독판을 봐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입니다...주변 사람들은 아니지만...
감독판도 꼭 한번 봐야겠습니다.
극장에서 봤었는데 살라흐앗딘의 간지가 참...
도대체 예루살렘이 뭐죠?
아무것도 아니지.
(뒤돌아서며)
그리고 모든 것이지..
하는 장면에서 부왘............
http://youtu.be/gJuYMLe5W8o
그놈의 민주주의 만세가 좀 거슬리더군요...
저시대는 민주주의라기보다는 힘쎈놈이....
그런데 레날드나 기나 현실 역사에서도 딱히...
그 뒤에 감독판이 있다는걸 듣고는 재탕이나 해볼까 하고 감독판을 본 뒤...
저는 감독이 대체 왜 감독판을 짤라먹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폭스는 언제더라 07년인가 08년인가 바빌론A.D를 한시간가량 짤라먹은 전적도 있고 여러모로 삽질 잘하는 영화사입니다.
감독판이랑 극장판 나눴엇다가
"할꺼면 하나만 하던지..." 라고 압박받아서 극장판을 극장으로 보냈다는 소리도 있던데요...
가장 의문스러웠던 점이 쇠나 만지던 대장장이가 검술수련 좀 하더니 수퍼 검객으로 탈바꿈하는 것.
감독판에서 그 이유가 나오더군요. 이런 중요한 설정을 왜 자른 건지 이해가 안 가던데;;
아무리 감독판이라지만 이렇게까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