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밤, 길고양이 밥주기 하루하루수첩


비가 시원시원 쏴아쏴아 잘도 오는 밤인데 잠은 잘 안 오고 뒤척이다 
빗소리에 섞여오는 에옹에옹 소리를 들었습니다. 

대충 어떤 녀석들인지 짐작은 갑니다. 
아파트 근처를 배회하는 치즈와 검은줄 한쌍이지요. 
길고양이인데도 에옹거리면 이집저집 아주머니들한테 잔반이나마 
얻어먹는 일도 종종있는 익숙한 그 녀석들일겝니다. 

하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에, 그것도 비까지 오는데 울어대는 일은 드문데요.
배가 많이 고프거나, 비가 어처구니 없나봅니다. 
금방 잠들지도 못할 것 같고 몸을 일으켜봅니다.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는 것도 아니니 사료가 있을리 만무요, 그렇다고 
생선이나 생선캔이 형편좋게 있을리도 없습니다. 
참치캔이 있으면 기름빼면 되려나..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조차 없네요.

결국 만만한 것은 안주용으로 사 둔 후랑크소세지와 뿌까 어육소세지뿐입니다. 
대충 주머니에 넣고 슬슬 걸어나가 보지요. 
빗소리에도 소리가 들릴 정도면 근처에 있는게 뻔합니다.

현관대문은 아닐테고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지붕 밑에서 두마리가 비를 긋고 있습니다.
근처에 가서 지긋이 바라보면 노랑이는 에옹에옹 간드럽게 울어대며 다리를 감싸고 한바퀴 돕니다.
먹을 것을 줄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알아채요. 

그에 비해 검은줄은 썩히 좋은 기억이 없는지 언제나 경계를 합니다. 근처에도 오지 않고 
멀치감치 떨어져 바라보지요. 먹을 것도 저만치 가지 않으면 입에 대지 않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데도 역시 와서 애교를 부리는 녀석이 더 이쁜 것은 어쩔 수 없지요.

아무래도 고양이니까 어육소세지를 뜯어 조금 놔둬봅니다...만.

....그다지 인기가 없네요. 냄새만 몇번 킁킁 맡아보더니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핥아보지도 않는군요. 이놈들이 모처럼 안주거리를 양보해주었더니... 

후랑크 소세지를 꺼내 잘게 뜯어 놓아주니 그건 신나게 먹습니다. 
야 어육소세지가 쬐끔 더 비싼거라구. 

검은녀석은 가까이 있으면 먹지를 않고 치즈만 신나게 먹으니 뜯어뫃고 지하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쯤에 섭니다. 그제와서야 입을 대는군요. 

이렇게 자꾸 먹이를 주면 고양이가 몰린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또 사람 마음이 
에옹대며 와서 아는 척을 하면 모른체 지나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른 녀석이 어차피 또 들어설텐데 차라리 구면인 너희들이 있어라.. 싶기도 하구요.

사람이 먹는 후랑크 소세지같은거 먹어봐야 뭐 몸에 좋겠냐.. 싶기도 하지만 제가 가진 것은
그 뿐이고 내일을 보장할 수 없는 그들이고, 제가 그들을 흔쾌히 책임질 수도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지금 당장 가진 것으로 한 끼나마 배부르게 먹게할 수 있는 것 뿐입니다. 

배를 많이 곯았는지 손가락보다 긴 소세지 넷을 순식간에 먹어치우네요. 
그렇겠지요, 당장 먹을 수 있을때 먹어두어야 할테니.

마지막 남은 하나를 잘게 뜯어 놓아주고 돌아섰습니다. 
빈 손으로 끝까지 바라보자니 괜한 기대를 주는 것 같아 계면쩍기도 하고, 그저 가끔 기회가 
닿으면 먹거리나 조금 주는 이 정도 거리가 좋다 싶은 기분이 듭니다. 
제대로 책임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카메라를 들고 나간 것이 아니라 두 마리의 사진은 없지만 예전 지나던 길에, 크래커 한 줄을
다 먹어치운 녀석의 사진을 대신 올려봅니다. 어디선가 어깨춤을 추며 걷고 있을지.



덧글

  • 흑곰 2012/07/13 10:15 #

    저는 깨끗한 물과 힘내라 고양이 _()_ 를 항상 말해주곤 합니다
  • 하로 2012/07/15 19:38 #

    그 정도가 보일 수 있는 호의의 한계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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