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국제 부직포 컨벤션 출장, 기록용.
갈 예정이 없었는데 갑자기 후다닥 정해져서 혼자 출발 (여행사 경유)
같이 돌아다닐 사람 있으면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겠구나. 라고 미지근한 생각1.
마님왈 "상해는 웬만한데는 영어 다 잘 통하고 문제되는거 없었어."
그래? 그럼 또 별 문제 없겠구나.
마님이 말한 지역과 내가 갈 지역은 전혀 다른 상해라는 것을 파악 못함.
미지근한 생각2.
1일차
상황 1.
여행사에서 대한항공 출발편으로 안내를 보내 공항의 반대편 끝까지 오게 만들었다.
아직까지는 웃을 수 있음.
상황 2.
상해에 도착해 와이파이 도시락을 키니
망했어요. 액정만 나간게 아니라 핑도 안 뜸.
데이터로밍 개시. 인터넷이 거의 모뎀급의 속도. 와이파이 도시락은 카톡으로 문의해야 함.
중국, 카톡 연결이 거의 안됨(.............) 모든것이 어그러지기 시작.
상황 3.
스무명 넘게 있는 같은 여행사 경유해 박람회에 온 사람들의 절대다수,
정확히는 나 외의 전원이 부직포가 아니라 중국 창호 박람회 견학자.
텅빈 버스안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나.
상황 4.
정확한 전시장이 어디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가이드, 나를 중국 인민 미술관에 내다버리다.
지하로 지상으로 미로와 같은 길을 약 30분간 헤매다 기적같이 살아난 데이터 로밍 검색.
검색하니 두블럭 옆의 상해 엑스포 건물. 겨우겨우 찾아감.
샤아 전용 빅사이트라고 개드립을 칠 기력이 아직 남아있었던 중국 인민 미술관.
상황 5.
접선하기로 했던 청도의 업체 담당직원은 오지 않았다.
역시나 접선하기로 전달이 되었을터인 한국의 거래처 담당직원은 식사로 부재.
나도 그럼 점심을 먹어야겠다.
상황 6.
상해는 영어가 잘 통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놀랍도록, 정말 놀라울 정도로 단 한마디가 안 통함.
스테이크 도시락을 주문하면 굽기를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을 못해 구글로 검색해
겨우 이해하고 Medium이라고 대답하면 그걸 못 알아들어 괴로워하는 사태가 연발.
인터넷 상황이 안좋아 순발력있게 대처하지 못하는게 계속해서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언제나 지나가던, 내지는 내 뒤에서 순번을 기다리던
젊은 처자가 유창한 영어로 도움을 준 것이 인상적. 교육의 양극화가 지독하구나.
상황 7.
그럼 출장을 온 목적을 환기하고 전시장을 둘러보며 샘플이나 흥미있어 보이는
곳은 상담을 하려고 했으나.
영어가 안 통한다.
야, 이거 국제전시회잖아? 너네 외국에 물건 팔 생각없지?
실제 비즈니스 회화가 가능했던 곳은 10% 이하정도인 느낌.
상황 8.
생각보다 전시회의 규모가 작다... 엄청 작다.
코엑스 A관의 절반 정도 느낌. 정작 보고 싶었던 기계업체도 거의 없고 관심이 없는
분야인 기저귀 위생용품 계열만 가득. 곤란하다. 첫날인데 이미 다 봐버렸어...
내일은 뭘 하지? 내일은 하루 종일 여기 있어야 하는데?!
관심있는 곳을 체크해서 어거지로 대충보고 넘어가다.
여전히 인터넷 안됨.
호텔 투숙 후 기절.
호텔 와이파이, 트위터, 페북, 카톡 그리고 다수의 게임 접속 불가.
NHK라도 안나왔으면 난 심심해서 죽었을거다.
2일차.
전시회에 출장한 한국의 거래처 직원과 저녁 식사 예정이 있는 날.
호텔 조식은 가뭄의 단비.
여기 편의점은 집 앞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후... -_-
여기가 상해인가 아니면 동네 길거리의 GS25인가.
8시부터 나가봐야 할게 없을게 뻔하니 가이드에겐 알아서 움직일테니 날 버리고 가라.고 전달.
NHK를 보고 지도를 체크하며 뒹굴거리다 이른 점심을 우여곡절 끝에 먹고 택시로 전시장.
택시도 영어 안 통함. 전시장 안내문을 어제 챙겨뒀으니 망정이지.
택시비는 30위안.
상황 2-1
1시경 담당직원과 통화. 오후 6시까지 호텔 (자기네들이 묵는)앞에서 접선하기로.
오후 3시쯤 호텔방으로 돌아가 씻고 정비를 좀 하려고 택시를 잡았으나 대뜸 150위안을 부르다.
ㅎ ㅏ ㅎ ㅏ 이놈 하하. 출발하려는 차에서 문을 박차고 내림. 미친 새끼.
명동에서 사기당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심정을 이해하다.
상황 2-2
2시경 거래처에게서 연락.
약속장소의 변경. 전시장 근처의 쇼핑몰 입구.
음... 일단 ㅇㅋ
상황 2-3
3시경 다시 거래처에게서 연락.
또 다시 변경.
레스토랑으로 직접 오시라.
슬슬 짜증이 나는데..
상황 2-4
4시경 또 다시 연락.
예약이 변경되어서 확정한 후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 기다려달라.
상황 2-5
오후 5시 10분경 연락.
상해 한인타운쪽에 있는 이 식당으로 예약을 했다. 6시까지 오시라.
주소 잘못 보내줌, 검색 안됨. 어찌저찌 검색하고 보니.
저기요? 제가 있는 곳에서 택시로 1시간 이상, 지하철로 1시간 40분이 나오는데요?
ㅎ ㅏ ㅎ ㅏ ㅎ ㅏ 이 녀석 ㅎㅎ.
러쉬아워인 이 시간에 거길 가겠다고 가봐야 남들 다 먹고 뻘줌하게 기다리는 상황에
혼자 갈비탕 한그릇 그지처럼 먹고 나오겠구나 싶어 거절.
열이 머리 끝까지 뻗치다. 지금 사람 불러놓고 장난하나. 내가 먼저 밥먹자고 이야기를 했냐.
니들이 같이 먹자며?
이 시점에서 여행사에서 준비된 저녁식사는 일정이 있다고 취소한 상태라 답이 없음.
굶을 수는 없으니 허위허위 밖을 헤매고 돌아다니다 갓덴스시 발견.
최소한 여긴 음식이 뭔지는 알 수 있어! 란 마음에 들어가다.
와 여기 점장 일본 사람이야! 말이 통한다!
의사소통이 된다는 건 정말 굉장한 일임.
회에다 술까지 한병 마시다.
왜 이리 힘든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어에 에워싸여있으니
이게 언어라기 보다는 무의미한 소음으로 인지되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듯.
게다가 공기도 안좋아 내내 쿨럭쿨럭.
3일차
짧은 관광 후 귀국.
예원과 근처의 인사동 비슷한 짝퉁파는 거리.
시계~ 시계 이쏘~ 가방이쏘~ 하며 접근해오는 분들이 인상적.
이 시점에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라는 생각 뿐.
어디 외국에 나와서 집에 들어가는 길이 이렇게 반가웠던 건 필라델피아 이래 처음이었던 것 같다.
.........디테일을 잊어버리기 전에 정리해야지~ 싶어서 옮기는데 진짜 빡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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